고려 품새 완벽 가이드 — 유단자 첫 관문, 이렇게 준비하세요

고려 품새란? — 고구려의 정신을 품에 담다

태극 8장까지 마치고 처음 고려 품새를 배우던 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사범님께서 “이제부터는 다르다”고 하셨을 때, 그 말의 무게를 실감하지 못했죠. 하지만 고려 품새의 첫 동작을 따라 하는 순간, 태극 품새와는 확연히 다른 깊이와 무게감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고려 품새는 이름 그대로 고구려(高句麗)의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고구려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지배했던 강인한 나라였고, 그 기상과 선비 정신이 이 품새의 근간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선비 정신이란 단순한 학문적 태도가 아니라, 문무를 겸비한 올곧은 정신을 뜻합니다. 칼을 들 줄 알되 함부로 휘두르지 않고, 강하되 바른 길을 걷는 것 — 이것이 고려 품새가 수련자에게 요구하는 자세입니다.

유단자의 첫 번째 품새인 만큼, 고려는 단순히 기술을 시험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사람이 유단자로서의 마음가짐을 갖추었는가”를 보여주는 품새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년 가까이 도장에서 지도하면서, 고려 품새를 통해 수련생의 태권도에 대한 이해도와 자세를 가장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고려 품새의 특징 — 태극과는 이렇게 다릅니다

태극 품새에서 고려로 넘어올 때 가장 먼저 느끼는 변화는 동작의 복합성입니다. 태극 품새가 기본기의 정확성을 다졌다면, 고려는 그 기본기들을 조합하고 응용하는 단계입니다.

연무선의 변화

태극 품새의 연무선이 비교적 단순한 직선과 ㄱ자 형태였다면, 고려 품새의 연무선은 한자 ‘士(선비 사)’ 자를 그립니다. 이 연무선 자체가 선비 정신을 상징하며, 방향 전환이 더욱 다양하고 복잡해집니다. 처음 배울 때 방향 감각을 잃는 수련생이 많은 이유가 바로 이 연무선 때문입니다.

호흡과 완급 조절

태극 품새에서는 동작마다 일정한 리듬으로 수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고려에서는 빠른 동작과 느린 동작, 강한 동작과 부드러운 동작이 교차합니다. 특히 학다리서기에서의 느린 동작과 그 직후 폭발적으로 이어지는 옆차기의 대비는 고려 품새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기의 다양성

앞서기, 뒷굽이 위주였던 태극과 달리, 고려에서는 주춤서기, 학다리서기, 꼬아서기 등 다양한 서기가 등장합니다. 각 서기의 정확한 자세와 전환이 심사에서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됩니다.

새로운 기술 소개 — 고려에서 처음 만나는 동작들

고려 품새에서 처음 등장하는 기술들이 꽤 많습니다. 이 동작들을 하나씩 정확하게 익혀두지 않으면 품새 전체의 흐름이 무너지게 됩니다.

손날 아래막기

손날을 이용한 아래막기로, 일반 아래막기와 달리 손을 편 상태에서 수행합니다. 팔의 각도와 손날의 방향이 핵심인데, 많은 수련생이 손목을 과도하게 꺾거나 팔 각도가 너무 넓어지는 실수를 합니다. 손날의 끝이 무릎 높이에 오도록 하고, 반대쪽 손은 귀 옆에서 시작하여 자연스럽게 허리 옆으로 당겨줍니다.

바탕손 턱치기

바탕손(장심 부위)을 사용하여 상대의 턱을 올려치는 기술입니다. 이 동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손목의 각도와 힘의 전달 방향입니다. 손가락을 뒤로 젖히고 바탕손 부위를 돌출시킨 상태에서, 아래에서 위로 짧고 강하게 올려칩니다. 도장에서 지도할 때 거울 앞에서 손 모양만 반복적으로 연습시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무릎치기

손으로 상대의 머리를 끌어당기면서 무릎으로 가격하는 동작입니다. 실전적 느낌이 강한 동작으로, 양손으로 끌어당기는 동작과 무릎 올리기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무릎을 올릴 때 허리가 앞으로 숙여지지 않도록 상체를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옆차기 (중단)

태극 품새에서도 차기가 등장했지만, 고려의 옆차기는 학다리서기에서 전환하며 차는 것이라 난이도가 다릅니다. 학다리서기에서 충분히 균형을 잡은 후, 지지 발의 회전과 함께 옆으로 강하게 뻗어 차야 합니다. 이 연결 동작의 매끄러움이 심사에서 큰 차이를 만듭니다.

금강막기

한 팔은 위로 올려 얼굴을 막고, 다른 팔은 옆으로 펴서 옆구리를 막는 동작입니다. 양팔의 높이와 각도가 정확해야 하며, 위로 올린 팔의 주먹이 이마 위 한 주먹 거리에 위치하고 옆으로 뻗은 팔은 90도를 유지합니다. 이 동작은 다음 품새인 금강 품새의 핵심 기술이기도 하므로, 고려에서 확실히 잡아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다리서기

한 발로 서서 반대쪽 발을 지지 다리 무릎 뒤에 걸치는 서기입니다. 태극에는 없는 서기로, 균형 유지가 가장 큰 과제입니다. 지지 발의 발가락으로 바닥을 움켜쥐듯 잡고, 시선은 정면을 응시하며, 코어에 힘을 주어 중심을 잡습니다. 처음에는 10초도 유지하기 어렵지만, 매일 꾸준히 연습하면 안정감이 생깁니다.

전체 동작 흐름 — 구간별로 나눠서 이해하기

고려 품새는 총 30개의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크게 4개 구간으로 나누어 연습하면 효과적입니다.

제1구간: 시작 ~ 첫 번째 방향 전환

준비 서기에서 시작하여 왼쪽으로 향합니다. 손날 아래막기로 시작해서 바탕손 턱치기, 중단 바깥막기로 이어지는 흐름입니다. 이 구간에서는 첫 동작의 기합과 함께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사에서 첫 구간의 인상이 전체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제2구간: 중앙선 이동

정면을 향해 앞으로 전진하면서 지르기와 막기를 반복하는 구간입니다. 주춤서기에서의 옆 지르기와 아래막기 조합이 등장하며, 보폭과 자세의 일관성이 핵심입니다. 전진할 때 상체가 위아래로 흔들리지 않도록 무릎을 굽힌 상태를 유지합니다.

제3구간: 학다리서기와 옆차기

고려 품새의 하이라이트 구간입니다. 학다리서기에서 금강막기, 그리고 옆차기로 이어지는 연결이 이 구간의 핵심입니다. 느린 동작(학다리서기)에서 빠른 동작(옆차기)으로의 전환에서 완급 조절을 보여줘야 합니다. 많은 수련생이 학다리서기에서 흔들려서 옆차기의 위력이 떨어지는데, 학다리서기의 안정성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제4구간: 마무리

연무선의 마지막 부분으로, 무릎치기와 팔꿈치 치기 등 강한 공격 기술이 등장합니다. 마지막 동작까지 기세가 떨어지지 않도록 호흡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마지막 바로서기로 돌아올 때, 시작 위치와 정확히 같은 자리에 서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가장 어려운 동작 TOP 5와 교정법

20년간 수련생들을 지도하면서, 고려 품새에서 가장 많이 틀리고 어려워하는 동작들을 정리했습니다.

1위: 학다리서기 균형 잡기

문제: 서자마자 흔들리거나, 올린 발의 위치가 부정확함
교정법: 매일 양치질할 때 한 발로 서는 습관을 들이세요. 처음엔 벽에 손을 대고 시작하여 점차 손을 떼고, 나중에는 눈을 감고도 유지할 수 있도록 연습합니다. 지지 발의 뒤꿈치를 살짝 들어 발 앞꿈치에 체중을 싣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2위: 학다리서기에서 옆차기 연결

문제: 학다리서기가 불안정하여 옆차기의 높이와 위력이 부족함
교정법: 학다리서기를 3초 유지한 후 옆차기를 차는 연습을 반복합니다. 처음부터 빠르게 연결하려 하지 말고, 멈춤 → 차기 순서로 천천히 연습한 뒤 속도를 점차 올리세요. 지지 발의 회전도 잊지 마세요.

3위: 바탕손 턱치기 손 모양

문제: 바탕손 모양이 부정확하거나 치는 방향이 잘못됨
교정법: 거울 앞에서 손 모양만 100번씩 연습합니다. 손가락을 최대한 뒤로 젖혀 바탕손 부위를 확실히 만들고, 치는 동작은 짧고 폭발적으로 수행합니다. 파트너와 함께 미트를 잡고 실제 타격감을 느끼며 연습하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4위: 연무선(방향) 혼동

문제: 중간에 방향을 잃어버려서 동작이 엉킴
교정법: 도장 바닥에 테이프로 ‘士’ 자를 만들어 놓고 연습하세요. 각 구간의 시작 방향을 숫자로 기억하는 것도 좋습니다. 구간별로 나눠서 방향만 집중적으로 연습한 후 동작을 붙이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5위: 완급 조절 (느린 동작과 빠른 동작)

문제: 모든 동작을 같은 속도로 하거나, 느린 동작에서 힘이 빠짐
교정법: 음악 없이 연습할 때 느린 구간에서는 숨을 천천히 내쉬면서 3초간 동작을 수행하고, 빠른 동작에서는 짧은 호흡과 함께 폭발적으로 수행합니다. 영상으로 자신의 품새를 촬영해서 속도 변화가 눈에 보이는지 확인하세요.

1품/1단 심사에서 고려 품새 주의사항

심사관으로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려 품새 심사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들을 정리합니다.

시작 전 준비

품새 시작 전 차렷 자세에서 이미 평가는 시작됩니다. 허리를 곧게 펴고, 시선은 정면, 양손은 자연스럽게 내려 주먹을 쥡니다. 긴장해서 어깨가 올라가는 수련생이 많은데, 심호흡으로 어깨를 내리세요.

기합 타이밍

고려 품새에서 기합은 두 번 넣습니다. 기합의 크기보다 타이밍이 더 중요합니다. 동작과 기합이 정확히 일치해야 하며, 동작이 끝난 후에 뒤늦게 기합이 나오면 감점 요인이 됩니다.

시선 처리

많은 수련생이 간과하는 부분이 시선입니다. 방향을 전환할 때 몸보다 시선이 먼저 가야 합니다. 바닥을 보거나 천장을 보는 것은 큰 감점 요인이며, 항상 가상의 상대를 바라본다는 의식으로 시선을 처리해야 합니다.

동작의 정확성 vs 힘

심사에서는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 동작의 정확성과 완성도가 더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막기의 각도, 지르기의 높이, 서기의 보폭 등 기본에 충실한 것이 핵심입니다. 화려하게 보이려고 불필요한 동작을 추가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입니다.

끝 동작까지 집중

품새를 마치고 바로서기로 돌아온 후, “바로” 구령이 떨어질 때까지 긴장을 풀지 마세요. 품새 직후 한숨을 쉬거나 표정이 풀리는 것도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합니다. 마지막까지 유단자다운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려 품새 연습법 — 효과적인 훈련 전략

고려 품새를 제대로 익히기 위한 구체적인 연습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구간 분리 연습

앞서 설명한 4개 구간을 하나씩 완성한 후에 연결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한 구간을 최소 20번 이상 반복하여 몸에 익힌 후 다음 구간으로 넘어가세요.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하는 것보다 구간 분리 연습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확인했습니다.

거울 활용 연습

도장의 거울은 최고의 선생님입니다. 거울을 보면서 연습할 때는 다음을 중점적으로 확인하세요:

  • 서기의 보폭과 자세가 정확한지
  • 막기와 지르기의 높이가 일정한지
  • 상체가 흔들리지 않는지
  • 학다리서기에서 골반이 수평을 유지하는지

영상 촬영 분석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품새를 촬영하여 분석하는 것은 현대 태권도 수련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방법입니다. 정면과 측면 두 각도에서 촬영하여 비교하세요. 촬영한 영상을 느린 재생으로 보면, 거울로는 발견하지 못한 습관적 실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제 수련생들에게도 매주 한 번은 반드시 촬영 분석을 시키고 있습니다.

느린 동작 연습 (슬로우 모션)

전체 품새를 실제 속도의 절반으로 천천히 수행하는 연습입니다. 느린 속도로 할 때 흔들리거나 균형을 잃는 부분이 약점입니다.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강하면 실제 속도에서의 완성도가 크게 올라갑니다.

눈 감고 연습

어느 정도 품새가 익숙해지면, 눈을 감고 품새를 수행해 보세요. 시각에 의존하지 않고 몸의 감각만으로 정확한 방향과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면, 그때 진짜 품새를 체득한 것입니다. 심사장에서 긴장하여 머리가 하얘져도 몸이 기억하는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고려를 넘어 금강으로 — 다음 단계 준비

고려 품새를 충분히 익혔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품새인 금강(金剛)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것입니다. 금강 품새는 금강산의 웅장함과 다이아몬드의 단단함을 상징하며, 고려보다 더욱 강하고 무게감 있는 동작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고려에서 금강으로의 연결 고리

고려에서 처음 등장한 금강막기가 금강 품새에서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습니다. 고려에서 금강막기를 정확하게 익혀두면 금강 품새 습득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또한 학다리서기에서의 균형 감각은 금강 품새의 학다리 관련 동작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기본기의 중요성

유단자 품새로 올라갈수록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결국 기본기가 전부라는 것입니다. 화려한 기술도 기본이 탄탄하지 않으면 무너집니다. 고려 품새를 연습하면서 동시에 기본 막기, 지르기, 차기의 정확성을 꾸준히 다듬어 주세요.

고려 품새는 유단자로서의 첫 걸음입니다. 이 품새를 통해 태권도의 깊이를 느끼고,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기반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급하게 외우려 하지 말고, 한 동작 한 동작의 의미를 되새기며 수련하면 어느새 고려 품새가 여러분의 것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힘찬 기합과 함께, 고구려의 기상을 품에 담아보세요.

참고 자료: 국기원 공식 사이트

현장에서 바로 쓰는 점검표

  • 고려 품새는 동작 암기보다 학다리서기와 옆차기 연결 안정성이 핵심입니다.
  • 연무선은 구간별로 나눠 외우고 시작점과 종료점을 매번 확인합니다.
  • 느린 동작과 빠른 동작의 호흡 차이를 영상으로 점검합니다.
  • 심사 전에는 거울보다 촬영 영상을 통해 보폭과 시선을 확인합니다.

작성·검수 기준

이 글은 태권도 수련자가 실제 도장, 심사, 대회 준비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기술 명칭과 제도 정보는 가능한 한 공식 자료와 대조하고, 훈련·부상 관련 내용은 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로 정리했습니다.

참고·확인 자료: 국기원

주의: 통증, 부상, 질환이 있거나 성장기 수련생의 감량·고강도 훈련이 필요한 경우에는 지도자, 보호자, 의료 전문가와 먼저 상의하세요.

최종 검토: 202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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